나의 이야기

기억의 삭제, 그리고 다시 써 내려가는 기록

장성실 2026. 4. 5. 18:29

198X년 8월, 축복 속에 태어난 세탁소집 둘째 아들

198X년 8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나는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일곱 살 터울의 형이 그토록 조르고 졸라 얻은 귀한 둘째 아들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골목 어귀의 작은 세탁소였습니다.

풍족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동네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라던 ‘세탁소집 막내’의 하루는 지극히 평범하고 평온했습니다.

그 시절의 공기에는 늘 빳빳하게 다려진 옷감의 온기와 비누 향기가 섞여 있었습니다.


여섯 살, 멈춰버린 시계와 지워진 파편

그 평화가 산산조각 난 것은 내가 불과 여섯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아버지는 예고도 없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린 눈에 비친 그날의 잔상은 지금도 안개 속에 가려져 있습니다.

내가 직접 목격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나 큰 충격에 마음이 스스로 만들어낸 환영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 뇌가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해 기억의 회로를 강제로 끊어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알고 싶지 않았고, 여전히 알고 싶지 않은 진실." 그날 이후 나의 유년 시절 기록은 통째로 삭제된 채, 공백으로 남겨졌습니다.


작은 빌라로의 이사, 냉혹한 현실의 시작

가장을 잃은 가족에게 세상은 온정을 베풀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도움 없이 우리 가족은 정든 터전을 떠나 좁고 낡은 빌라로 거처를 옮겨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삶의 무게는 여섯 살 소년이 짊어지기엔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좋지 않은 기억들이었기에 무의식중에 지워버린 것일까요.

나의 어린 시절은 마치 누군가 가위질해버린 필름처럼 끊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나중에야 알게 된 아픈 사실들도 있지만, 그것은 차차 하나씩 풀어내려 합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삶은 여전히 녹록지 않고, 세상은 가끔 저를 시험하듯 차갑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믿습니다. 그 모진 풍파를 견뎌낸 것은 나의 의지였고, 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말입니다.

이제, 기억의 빈칸을 채우며 여섯 살 소년이 마주했던 세상을 다시 기록해보려 합니다.

이 글은 고통에 대한 한탄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한 인간의 치열한 생존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