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문방구 앞 꼬마 귀신, 그리고 불이 켜진 창문

덩그러니 남겨진 10평의 공간

아버지가 떠난 자리, 그 거대한 공백을 메운 것은 어머니의 고단한 노동이었습니다. 우리 형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식당으로, 공장으로 쉼 없이 달려야 했던 어머니.
10평 남짓한 작은 빌라, 그곳은 제게 안식처가 아닌 **‘거대한 적막’**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며 마주한 가혹한 환경 속에서, 여섯 살 소년은 너무 일찍 ‘자유’가 아닌 ‘방치’를 배워야만 했습니다.


 

문방구 앞 오락기, 그 환한 불빛의 도피처

집 안을 휘감는 어둠이 무서워 저는 매일 동네 문방구 앞을 지켰습니다. 주인이 문을 닫을 때까지 오락기에 붙어 있던 모습은 흡사 **‘꼬마 귀신’**과도 같았습니다.
그곳을 떠나지 못한 건 게임이 즐거워서만은 아니었습니다. 누구도 나를 찾지 않고, 누구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골목 끝, 홀로 환하게 빛나는 문방구의 조명 아래 있을 때 비로소 저는 덜 외로웠습니다. 그 인공적인 불빛이 제게는 유일한 온기였습니다.


집에 누군가 있다는 안도감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멀리서 우리 집 창문을 보았을 때,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순간입니다.
어머니가 퇴근하셨거나 형이 집에 들어와 있다는 증거. 그 빛 하나만으로도 집안을 가득 채웠던 공포는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 하나가 주는 구원. 그 기쁨은 성인이 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감각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밤의 기억

10평 빌라의 밤공기는 유독 차고 무거웠습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저는 가끔 밤에 화장실을 가는 것이 머쓱하게 두렵곤 합니다.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불안감은, 어린 시절 홀로 감당해야 했던 가혹한 시간들이 남긴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보지만, 사실 그 시절의 나에게는 매 순간이 견뎌내야 할 생존의 기록이었습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의 삭제, 그리고 다시 써 내려가는 기록  (1) 2026.04.05